아주 오묘한 나비가 폴락폴락 나르는 걸 봤습니다.
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이강운 박사를
만나러 가는 길이었습니다만,
숨죽여 한참동안 나비를 지켜봤습니다.
길쭉한 꼬리 맵시가 여간 고운 게 아니었습니다.
이름도 모르는 나비지만
맵시에 반해 꼭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맘이 들었습니다.
그래서 미동도 하지 않고 서 있었습니다.
나비가 바닥에 앉기를 기다리면서요.
사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으면
나비가 경계를 푸는 경험을 몇 번 한 적 있습니다.
다행히도 그 경험이 이번에도 들어맞았습니다.
오래지 않아 그 친구가 바닥에 앉은 겁니다.
살금살금 다가가 숨죽이며 한컷을 찍었습니다.
나비를 찍은 후 이강운 박사를 만났습니다.
이 박사가 애벌레를 제게 보여 줬습니다.
꼬리명주나비 애벌레라고 했습니다.
애벌레가 그다지 아름답진 않았지만,
꼬리가 붙은 이름에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.
그래서 좀 전에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
이 박사에게 보여줬습니다.
순간 이 박사가 활짝 웃으며 말했습니다.
"하하. 이 애벌레가 바로 이 친구예요."
이름도 모르고 찍은 나비가
바로 꼬리명주나비였던 겁니다.
...
기사 원문 : https://www.joongang.co.kr/article/25002594?cloc=dailymotion